요즘 우리 뇌는 너무 바빠 심심할 틈이 없다. 가끔은 엉뚱한 상상도 해주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추억도 떠올리고,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 어떤 느낌인지 느껴도 보고, 음악을 들으며 리듬도 타보고 그래야 하는데 이런 심심을 즐길 작은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잠시라도 틈이 나면 휴대전화를 꺼내 무엇이든 계속 눈으로 보며 작은 화면 속에 빠져들어 뇌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도, 운동을 하러 가도, 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일에는 업무와 여러 약속에 치여 시간 없음을 탓해가며 여러 일들을 한다. 주말이 되면 그에 대한 보상 심리라도 작용하는 것인지 늘어져서 몰아두었던 드라마나 운동 경기를 보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나름 주말에 해야 할 일 같은 것들도 정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주말의 끝자락에 허무하게 주말을 보낸 내 자신을 탓하기만 한다.
그러다 어느 주말에 OTT를 금지했다. 갑자기 늘 하던 것을 멈추니 심심해졌다. 책장을 보니 읽다만 <위대한 개츠비>가 꽂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책을 읽다 보니 문장이 주는 느낌이 전과 사뭇 달랐다. 문장에 몰입되는 느낌이 좋았다. 책을 한참 읽은 뒤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갔다. 온통 여름의 푸르름으로 뒤덮인 산책길을 걸으며 여러 생각에 잠기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들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그래, 아이디어는 이런 상황에서 떠오른다. 바쁜 일정 속에서 책상에 앉아 끙끙거리며 해결 방법을 찾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평균 6000번 이상을 생각한다고 한다. 주로 일상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익숙한 생각도 있겠지만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들도 떠올린다. 뇌를 심심할 틈이 없게 만든다면 이 6000번 이상의 생각 중에 신선한 생각의 비중은 낮아질 것이다. 매일 또는 매주라도 의도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먼 곳을 바라보며 다른 일에 신경 쓰기보다 나에게 집중한다면 창의적인 생각들을 훨씬 많이 떠올릴 수 있다. 바쁜 와중에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루에 30분, 또는 주말 1시간은 나의 휴대폰 사용 통계를 살펴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가끔은 엉뚱한 곳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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