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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기록

내 마음의 경고등

by 옆반선생님 2025. 3. 2.

 

차를 구입한 지 10년이 다 돼가니 이것저것 손 볼 곳이 많다. 요즘은 굳이 ‘이쯤이면 부품을 교체해야겠지’라는 예방 정비를 하지 않더라도 차량 경고등이 떠서 교체 시기를 알려주니 편하다. 얼마 전 경고등이 비슷한 시기에 3개나 떴다. 배터리 경고등, 공기압 경고등, 엔진 경고등이었다. 아무 표시도 없던 계기판에 3개의 경고등이 뜨니 운전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대로 차가 멈추는 것은 아닌지, 시동이 걸리지 않을지,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자꾸 들었다. 경고등이 뜬다고 바로 차가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차량 점검 예약일까지 더디게 가는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결국 이 불안감은 차량 점검을 받은 후에 사라졌다. 

 

출처 freepik

 

문득 이런 경고등이 마음속에서 켜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아차 싶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실수로 했던 말이나 행동들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지만 배우고 다짐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 경고등처럼 미리 경고등만 들어온다면 절대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 나태에 젖어 한없이 소모적인 즐거움에 시간이라는 물을 주고 있을 때 경고등이 들어오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을 텐데. 나의 의지박약을 탓하며 다음 날 후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야속하게도 내 의지와 뇌와의 갈등 사이에서 자꾸 나를 편안함의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뇌는 경고등을 켜는 것이 아니라 안전 표시등을 켜버린다. ‘이쯤이면 괜찮아’, ‘오늘은 주말이잖아. 쉬어야지’라고 유혹하며, 생각하면 할수록 안전하고 편안함에 빠지도록 해버린다. 이럴 때는 때가 되면 알아서 경고등을 켜주는 차가 부러울 뿐이다. 의지로도 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수시로 경고등을 켜보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경고등은 내가 켤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휴대전화의 알람을 무시하라는 경고등을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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