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오래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몇 년 전에도 큰 결심을 하고 금연을 했지만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다시 흡연을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 끊지 못하면 평생 금연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다시 금연을 시도했다. 금연을 하면서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경험했다. 습관과 관련된 책들이 잘 팔리고 습관과 뇌의 관계를 설명하는 글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봐서 습관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습관을 고치거나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습관은 만들기가 힘들고, 나쁜 습관은 버리기가 힘들다. 또 습관으로 인해 의지력 없음을 탓하거나 자신을 비난하며 급기야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렇게 나를 둘러싸고 애증의 관계를 맺고 있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담배를 참아가며 내 의지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담배가 생각나게 만드는 뇌의 명령을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반복적인 행동은 뇌에 각인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반복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판단을 하기 위해 뇌를 사용하게 되면 뇌는 다른 작업을 원활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복적인 행동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자동화의 단계를 슬쩍 끼워 넣는다. 이 자동화라는 것은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반복하게 된 행동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 하루 종일 피우는 것이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자동화되었기 때문에 피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화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삶에는 여러 돌발 상황이 나타나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 인간관계, 회사 업무, 가족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내가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약 그런 돌발 상황에서 대책이 없다면 당황하고 변명하며 핑계를 찾게 된다. 결국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금연을 하면서 그런 돌발 상황에 대비해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해서 대비하였다.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담배가 떠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걸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을 한 컵씩 마시면 그 순간을 넘기면 뇌의 자동화 명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핑계 대며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 뇌의 자동화 명령에서 벗어날 수 없고 습관을 고칠 수 없게 된다. 결국 뇌의 자동화 명령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통해 금연을 성공하였다.
습관적 행동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 습관이 나타나게 만드는 상황에서 대비책을 마련해두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금연을 통해 이 방법을 알게 되면서 생활에서 고치고 싶었던 여러 습관들도 같은 방법으로 고치고 있다. 저녁에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OTT 나 유튜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유혹에 접어들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바로 시작하거나 책을 몇 쪽까지 읽고 나서 OTT나 유튜브를 봐야겠다는 대비책을 마련했다. 습관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 대한 대비책만 잘 마련한다면 조금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의지력으로 버티면서 습관을 고치려고 하지 말자. 결국 나중에 의지력 없음을 탓하면서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거나 상황을 탓하며 자기 합리화의 덫에 걸려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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