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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기록

어른 일기 쓰기 (2) │어른이의 일기 쓰는 방법

by 옆반선생님 2024. 5. 30.

 

 

소설도 유명하지만 글쓰기 책인 <문장 강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가 이태준은 ‘일기는 사람의 훌륭한 인생 자습서다’라고 말했다. 보통 일기라고 하면 초등학교 시절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 무엇을 했는지, 어딜 갔는지, 생각이나 느낌은 어땠는지 적는 것을 일기라고 여긴다. 왜 적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숙제로 일기를 적느라 머리 꽤나 아팠던 기억이 있다. 특히 방학이 되면 개학 며칠 전부터 밀린 일기를 쓰느라 손이 아플 정도로 연필을 잡고 글을 쓰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그 일기들을 읽으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는 걸로 봐서, 어린 시절 일기는 ‘추억 저장소’가 아닐까 한다. 

 

꼭 써야 하는 의무감에서 썼던 일기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면 더 자유로운 일기를 쓸 수 있지만 막상 일기를 쓰는 사람은 주변에 많지 않다. 하지만 일기를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고, 힘든 일을 겪을 때 위로받을 수 있다. 나와 내 생각을 돌아보는 일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자극제이다. 소설가 이태준이 말하는 ‘자습서’라는 것은 일기를 통해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럼 어른이 쓰는 일기는 어떻게 쓰면 좋을까?

 

소재는 단순한 하루의 기록부터 인상 깊었던 일들,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얻은 영감, 혼자 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가면서 들었던 생각들, 돌아서서 후회했던 일들 등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물론 쓸만한 것이 없이 매일 무난한 일상이 반복된다고 소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난한 일상 속에서도 생각은 매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생각 한 줄만 적어도 일기가 된다.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샤워까지 다 마치고 정리 정돈된 상태에서 쓰려고 하면 오히려 무엇인가 근사한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일기 쓰기가 힘들어진다. 요즘은 휴대폰에 다양한 메모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그중에 나와 잘 맞는 것을 골라 하루 중 아무 때나 적어도 된다.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단어만 나열해도 나중에 그 단어들을 보고 문장으로 일기를 쓰면 된다. 

 

형식은 자유롭다. 어릴 때 쓰던 일기 형식으로 적어도 된다. 한 가지 형식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다양한 형식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에피소드 형식으로 대화를 넣어 쓰면 재미있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소설처럼 쓰는 것이다. 또 마치 드라마 대본을 쓰듯이 쓰게 되면 다양한 표현들을 쓰게 된다. 나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나 제3자의 입장이 되어 나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라보는 것처럼 써도 괜찮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을 하다 잘못 처리하거나 후회하는 행동이나 말을 했을 경우에 마치 자기 개발서에 나오는 글처럼 쓸 때도 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맴돌던 것들을 정리할 수 있다. 정리하게 되면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우리에게 그렇게 하지 않도록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누군가의 조언 한 마디보다 내가 나에게 하는 조언 한 문장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일기를 쓰는 나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되니까 글을 잘 쓰지 못해도 상관없다. 오늘부터라도 각자의 ‘인생 자습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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