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일기를 읽다 보면 학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학원에 다니기 싫다거나, 숙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소원을 적으라는 주제에는 학원 숙제를 다 해주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다. 반대로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금 학년에 어느 단계를 배우는 게 좋은지, 선행은 꼭 해야 하는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등이 그 예이다.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새로운 것에 대한 정보, 경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나도 해야 하고, 남들이 아는 것을 나만 모르면 손해 같고, 모임 자리에서 빠지면 소외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말한 욕구 단계설에 '소속과 애정의 욕구‘가 있듯이 소속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느끼는 당연한 감정 중 하나이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이 욕구도 너무 지나치게 되면 포모(FOMO)가 된다. 포모(FOMO)로 인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항상 남들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거기에 맞춰 내 행동이나 생각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이 커서 '완벽한 부모 신드롬'도 생기는 요즘에 자식의 교육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흠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 궁금해하고, 좋다고 소문이 난 학원이 있으면 그쪽으로 옮긴다. 그러다 다른 학원이 좋다고 하면 또 옮긴다. 코딩이 유행이라고 하면 코딩에 보내고, 레고가 좋다고 하면 레고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교육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티에서 글을 읽다 보면 다 시켜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 아이만 안 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오히려 아이를 학원 돌림으로 내몰리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흥미나 기호에 의한 선택보다는 부모의 불안감에 의한 선택인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하게 둘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기준을 아이가 아닌 다른 부모들에 둔다면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적어도 한 두 가지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즐거워할 만한 것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딱히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뭘 좋아하면 될지 같이 찾는 여정을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들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 중에 절반 이상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그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이 부모의 선택에 의한 수동적인 생활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원에 보낼지 고민하기보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하면 좋아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낫다.
부모의 FOMO가 아이들의 즐거움을 뺏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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