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유독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업 태도는 어떤가요?"
"요즘은 누구랑 친하게 지내고 주로 뭘 하면서 노나요?"
"친구들이 따돌리는 일은 없을까요?"
대답을 해드리고 대화를 더 해보면 왜 유독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집에서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수다스러울 정도로 이야기를 잘하고 말장난도 제법하고 수업 시간에 발표도 잘한다고 하면 오히려 놀랍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거의 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교생활이 궁금한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입니다.
오늘 어땠어? 그냥요.
오늘 뭐 배웠니? 이것저것이요.
친구랑 뭐 하고 놀았어? 몰라요.
위의 대화를 읽어보기만 해도 아주 답답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대해 특히 궁금합니다. 알아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지만 위와 같은 대화가 이뤄질 경우 학교생활을 알 길이 없습니다. 친구들과 잘 못 지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수시로 전화나 문자로 확인해 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왜 부모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말해주지 않을까요?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경우입니다.
글쓰기를 위해서는 학원도 다니지만 말하기는 우리가 평소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사실을 조리 있게 구성하여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른들 중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재미없고 지루하고 요점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일단 말하기는 글쓰기와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말하는 순간에도 머릿속으로 그다음 할 말을 구성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을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면 대답하기 싫어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표현 능력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대화하는 습관이 완성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아이들과 일상적인 생활 대화 이외에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받는 대화를 자주 하는지 떠올려보면 됩니다. 의외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부모도 바쁘지만 아이들도 학원과 숙제로 인해 바쁘고, 쉬는 시간에는 부모와의 대화보다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시간을 내어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자신의 일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생각이나 느낌을 자주 표현한다면 서로의 생활에 대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춘기가 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전에 대화하는 습관을 완성해 주면 좋습니다.
질문이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대답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들을 반대로 어른인 나에게 누군가 한다고 생각해 보면 됩니다. '오늘 하루 뭐 하고 보냈어?' 저도 누군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귀찮아서 대충 둘러댈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의 범위가 넓으면 정리해서 대답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내일 또 부모가 물어볼 질문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비슷한 질문이기 때문에 답도 늘 하던 대로 비슷하게 하려고 합니다.
원래 내성적인 경우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일뿐만 아니라 본인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은 많지만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학교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소한 것부터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부모가 다그치고 보채면 역효과가 일어날 뿐입니다.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게 됩니다. 필요한 건 부모의 인내심입니다.
그럼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요?
1. 아이의 생활에 대해 묻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 주면 좋습니다. 그럼 아이들도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지 배웁니다. 평소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해주면 부모에게 마음을 열며 대화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대화하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무엇인가 하고 있는 도중이라면 대화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른들 사이의 대화에서만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대화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내 아이이면서 가족이라고 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공감과 존중을 통해 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럼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부모와 대화하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2. 아이에게 질문을 구체적으로 합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질문을 생각해서 말해보세요.
예)
오늘 널 웃게 만든 일 있었니?
오늘 학교에서의 기분을 날씨로 표현하면 어떤 날씨였어? 맑은 날, 흐린 날, 태풍이 오는 날 등등 뭐였어?
오늘 배운 것 중에 제일 기억나는 건 뭐니? 딱 하나만 말해볼래?
학교에서 했던 것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건 뭐였어?
너 다음에는 누구랑 짝하고 싶어? 이유가 뭐야?
엄마는 우리 딸(아들) 생각하면 기분 좋던데, 너는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는 친구가 있니?
오늘 체험학습 어땠어? 오늘 체험학습하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게 뭐니?
주의할 점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경우, 답답한 부모는 결국 집에 와서 말을 잘하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학교생활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 기억하는 일들은 감정적인 일들이 많고 그 감정을 중심으로 사실을 재조직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객관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만 듣고 화가 나서 학교에 전화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결국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면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즉,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 말하는 내용을 건너 건너 듣고 아이를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만약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라면 직접 선생님께 확인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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