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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기록

생각의 자유

by 옆반선생님 2025. 6. 20.

 

 

얼마 전 영화 듄 파트 2를 봤다. 역사상 최고의 SF 소설을 영화화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에 압도되어 큰 감동을 느꼈다. 듄은 단순한 SF 소설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프레멘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민족으로 탄압을 받고 있지만 메시아 같은 구원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을 믿고 있다. 극 중에서 폴이 프레멘 회의에 들어가기 전 차니가 프레멘들에 게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 예언이 우리를 어떻게 속박하는지, 어떻게 지배하는지 봐’라고 말하면서 프레멘들에게 절대적인 존재인 ‘리산 알 가입’을 부정한다. 절대자가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로 인해 자유가 없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말을 한다.

 

듄 파트2, 2024년작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여행을 할 때 다양한 유형이 있다. 어떤 친구는 여행 일정을 꼼꼼하게 짜놓고 엑셀파일에 시간대별로 정리해둔다. 식사 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다음 일정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이렇게 여행사의 단체 관광처럼 자세하게 일정을 정해두고 여행을 간다. 다녀와서 물어보니 식당의 웨이팅 시간이나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으로 일정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반면에 또 다른 친구는 비행기와 호텔만 예약하고 여행을 간다. 짐도 대충 챙기고 훌쩍 떠나 여행지에 도착한 다음 어딜 갈지 정한다고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니 여행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나 역시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 체계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두면 중간에 별다른 고민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늘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닐 터. 이 체계라는 것이 나를 잘 이끌어주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구속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 듄 파트 2를 보고 깨달았다. 인생에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듯이 늘 내가 계획한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계획에서 벗어난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든 탈선한 열차를 다시 레일에 올려놓으려고 애쓰는 내 모습은 계획의 노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체계적이거나 계획적인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지나치게 구속받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행을 다니거나 새로운 분야의 사람을 만났다. 이런 경험들이 애플의 창의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들을 만드는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가끔은 계획적인 사람은 무계획하게, 무계획한 사람은 계획적인 방식으로 어떤 일을 해본다면 평소와 다른 행동 양식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고 문제 해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건 꼭 이렇게 해야 돼’라는 생각의 지배에서 벗어나 생각에 자유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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