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막 시작되던 해에 출간된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에 나오는 삶을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느끼지도 못한 사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 네트워크와 접속은 삶이 아니라 정신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진다. 네트워크가 없이는 업무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접속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글도 온라인으로 접속해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노트에 작성하고 있다. 게임, 영화, 음악, 책 등 콘텐츠와 관련된 것들도 요즘은 대부분 구독을 통해 이루어진다.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문화 과다 충족의 시대에는 심심할 틈이 없다. 눈과 뇌를 잠시라도 가만 놔두는 법이 없을 정도이다.
여가 시간은 일, 가사, 학업 등 의무적인 활동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워라밸이라는 말도 지나치게 일에 얽매이지 않고 여가활동과 균형을 맞추라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일 때문에 여가시간이 없는 것일까? 오히려 일보다도 수많은 ‘접속’이 우리의 여가시간을 없애고 있는 것 같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한 대니얼 레버틴은 정보가 뇌로 계속 들어오게 되면 그 정보들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뇌를 과부하 상태로 만든다고 말했다. 과부하가 걸리면 뇌도 지쳐서 집중력이나 판단력,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중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뇌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지 못한다고 한다. 만약 책을 읽거나 중요한 업무 내용을 숙지하는 경우 나중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이다. 잠시라도 접속을 멈추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등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우리 뇌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과부하 없이 균형을 가질 수 있다. 이제는 워라밸 보다 ‘여라밸’이 필요한 시기이다. 여가 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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