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에게 완전히 만족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어른들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 잘 지내더라도 무엇인가에는 불만족스러워한다. 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가 엄친아 수준이 아니라 슈퍼 엄친아가 되어야 만족할 것만 같다. 교실을 둘러보면 각자의 장점을 가진 아이들이 많지만, 그 높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킬 만한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일단 부모의 기준이 너무 높다. 자신도 그렇기 때문에 아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신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달랐으면 좋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양쪽 모두 무리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저도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아이가 저를 닮았나 봐요. 그래도 발표도 잘하고 남들 앞에서 수줍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부모 자신도 고치지 못한 수줍음이라는 기질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고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제가 어릴 적 공부할 때는 참 꼼꼼했는데, 아이는 너무 덜렁대고 실수가 많아요. 그걸 고쳐주고 싶어요.’라는 부모는 자신만의 ‘꼼꼼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니 한두 번의 실수도 성에 안 차는 것이다.
기질과 성격의 차이를 알면 이해가 쉽다. 심리학에서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분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감정이나 표현을 솔직하게 말하는 직설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타고난 기질이 그렇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다. 성격은 개인이 지닌 특유한 성질이나 품성으로 환경적 영향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개성으로 표현된다.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기질보다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리더십’ 같은 것은 조직에서의 위치에 따라 정해지는 환경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만약 팀장이 된다면 팀원보다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기질을 바꾸기 힘들다면 기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만약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아이가 있다면 긴 시간을 요하는 과제를 주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과제를 주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짧은 시간 동안 과제를 하는 것이다. 정리 정돈을 못하는 아이를 억지로 정리하도록 혼내기보다는 책이나 학용품 등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 한두 가지만 정해서 제자리에 두도록 하면 된다.
기질보다는 쉽게 바꿀 수 있는 성격의 경우는 아이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 친구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친구와 자주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특정 상황에서 친구를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 알려주면 된다. 의외로 아이들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기준을 ‘라떼는 말이야’처럼 부모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습이 있다면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법이다. 대신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응원하고 지지해 주어야만 아이가 변화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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