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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기록

인생은 연극이다.

by 옆반선생님 2025. 7. 4.

 

늦은 밤 아이가 자기 전에 다가와 매일 하는 ‘잘자, 사랑해, 내일봐’ 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말이란 이렇듯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험담과 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도 있다.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무인도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모든 생활이 대화로 이루어진다.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 본적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내 성격이 드러나게 대화하게 되고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다. 책으로라도 배워보자는 심정으로 <매직 워드>라는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끄덕거리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 많은 내용을 말을 뱉는 짧은 순간에 떠올려서 대화를 할 수 없는 없었다. 

 

병원에 가면 다양한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진료 과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하루 종일 많은 환자를 만나겠지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나를 위해 걱정해주고 내 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주는 의사도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 보다는 병에 대한 이야기만 전달해주는 의사도 있다. 미국에서는 효과적인 의료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요소라고 보고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는 커뮤니케이션 수업이 있다고 한다. 진료 뿐만 아니라 아픈 환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것 역시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자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사 역시 하루 종일 학생과 만나고,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대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 교사도 의사소통 기술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출처 freepik

 

그럼 일상 생활과 직업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대화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답을 알려주는 많은 자료와 책들이 있지만 그 힌트를 제러미 레프킨의 <소유의 종말>에서 얻었다. <소유의 종말>에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에서 의사는 환자를 볼 때마다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연기하는 자세로 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실어 화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 대학원과 컬럼비아 경영 대학원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연기 원리를 가르치는데 연기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기술을 가르치고 동료나 고객으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기 위해 쓸 수 있는 연출 기법에 익숙해지도록 집중적인 역할극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은 연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학생에게 선생님이 정말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게 하려면 실제로 그 학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하며 대화를 하면 된다.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을 때도 걱정해주고, 마음을 알아준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어느 정도 연기가 필요하다. 물론 내 성격과 맞지 않고 감정까지 속여가며 연기할 수 없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노력을 한다면 상대방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상대에게 내 진심을 보여주며 내 성격대로 대화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기는 힘들다. 적당한 연기를 통해 대화한다면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대화법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좋은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어떤 대화가 좋은 대화인지 알기 때문에 약간의 연기 양념을 더하기만 해도 된다. 당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부터 나를 내려놓고 대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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