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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 이야기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나르시시스트

by 옆반선생님 2025. 4. 4.

 

 

지난 학기말이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몇 명이 나에게 다가와 “선생님, 내년에도 저희 담임 선생님 해주실 거죠?”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선생님도 너희랑 내년에 다시 만나고 싶어!”라고만 대답했다. 1년 동안 함께 지내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반 아이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온다.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 괜한 일에 혼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 컴퓨터 모니터보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지 못한 미안함 등 이런저런 생각의 파도가 친다. 그중에서도 자식을 결혼시키는 것과 같은 감정이 제일 앞선다. 내년에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서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종업식을 하는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한다. “선생님이 1년 동안 열심히 이야기한 것들 잘 알죠? 새로운 학년이 되면  선생님이 말했던 것만 잘 기억하고 그대로 하면 교실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선생님께 칭찬받으며 지낼 수 있어요.” 요약하자면  ‘선생님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 가 넘치는 사람을 말한다. 적당한 자기애는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나쳐 자기도취에 이를 때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다양한 단계와 성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이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 치중한다. 그렇다 보니 모든 걸 다 알고 통제할 수 있다는 집착을 가지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며 주변에 나르시시스트가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할 정도이다.

 

종업식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 홀로 남아 의자에 앉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선생님이 가르친 대로만 하라며 지나치게 내 생각을 주입시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며 지도를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내 생각을 말하고 강요했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내 이야기만 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작은 목소리에 감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느끼며 지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함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문득 교실의 나르시시스트가 바로 선생님인 나 자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freepik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아이들의 낯섦을 찾아내는 것이다. 서로에게 낯선 각자의 개성을 알아주고 이해하고 토닥여줘야 더 잘 성장할 수 있다.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는 선인장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허브처럼 물을 자주 줘야 하는 식물과 같이 관심을 자주 가져야 한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나르시시스트처럼 아이에게 부모의 생각을 주입하고 조종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다. 일 년 내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바로 ‘학원 가기 싫어요.’ ‘숙제하기 너무 싫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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